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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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정촌 0 228
저자 : 정촌 김동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느티나무



저 등이 굽은
느티나무 푸르지 않다
욕하지 마소
그도 지금보다 수려한 몸으로
오고가는 길목에 서서
위용을 보이며
꿈과
사랑과도 벗하던
청년의 때가 있었소
나 또한 그의 몸에 기대어
많은 생각과 사는 법을 배워서
느티 만큼이나 컸다고 믿었지만

천만에
내 등이 굽었소
삶의 무게
당나귀처럼
실하게 지고 살았는데
이즈음 예전 같지 않소
누가 알았으랴
알았다면 지금처럼
흐릿하게 살진 않을 텐데

이보시오
내일은 외식을 해야겠소
할미새 마주 보면서
풀잎위에 새겨 놓은
풀벌레들의 love story
도란도란 그 흔들리는 이야기
좀 해야겠소

삶은 앞으로만 뻗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의 절반쯤에서
마라톤코스처럼 되돌아오는
반환점이 있지요
느티의 여정이 그러하여
해마다 번성하던 푸른 잎새는
우리에게 숨을 쉬게 하고
고됨을 뉘이고
전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큰형님 같은 존재라오

더러는 나에게
욕하고
미워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나를 감싸주고
덮어주고
인정해 주는 이웃과
친구들이 있어서
살고 있음이 참 고맙지요

이제는 나보다
배려하는 삶이고 싶소
턱없는 소리가 될지 몰라도
느티 만이야 못하겠지만
어느 길목에 서서
억센 비바람 막아주고
적당히 사생활을 가려주면서
그대의 그늘이 되어
쉼터가 되고 싶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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