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나무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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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나무그늘

박인걸 0 241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6.21     출판사 :
마로니에 나무그늘

칠엽수라 부르는 마로니에 나무가
아파트 정원에 넓은 파라솔이 된다.
지난 가을 탱탱 여문 열매를 깨물을 때
그 씁쓸한 맛에 단번에 뱉어냈지만
우아한 모습과 멋진 이름에 반한 나는
일본산이라지만 원죄를 묻지 않았다.
마로니에 그늘에 앉기만 하면
낙엽 지던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검은 눈썹의 껌뻑이던 그녀의 눈망울이
내 마음을 사로잡던 추억에 잠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잎이 흔들릴 때면
그녀의 고운무늬 치맛자락이 보이고
나뭇잎이 바람에 사각거릴 때면
소곤대던 그녀의 귓속말이 들린다.
누군가를 사랑한 고운 기억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보석처럼 빛나고
어떤 날에는 가슴을 금빛 물감으로 물들인다.
이제는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없겠지만
가슴깊이 묻어둔 젊은 날의 그리움을
아직은 꺼내 만지작거릴 수 있어 행복하다.
짙푸른 나뭇잎들도 나처럼 늙어
첫 눈이 내릴 즈음이면 곤두박질 칠 테지만
질 때 지더라도 지금은 푸르러 좋다.
추억마저 접어야 할 날도 오겠지만
아직은 기억이 치매에 걸리지 않아 행복하다.
방금 뭉게구름이 그늘을 지웠다.
20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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