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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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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영 0 368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길 /(宵火)고은영


골목에 나가면
계절은 달큼한 젖줄로 세상과 도킹 중이다
뼈아픈 거리로 돌아와 앉은 유월은 시나브로 푸르고
주택 담장에 흐드러진 나무들이 바람 이는 어귀에서
초록 이파리들을 민망하도록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우기가 오면 능소화 지천으로 피고
어느 이름없는 사랑마다
꽃들은 침묵으로 서시를 쓰리라

이 냉담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고통이 나부끼는 유역에는
덧댄 슬픔 들이 밀물처럼 쓸쓸한데
청춘에 스쳐 지난 기쁨들을
다시 한번 떠올릴 양이면
이유도 없이 설레는 머쓱한 가슴
살아가는 일에 고통이나 아픔이
기억에서 잊혀지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의 더께에 쌓인 시간의 지층엔
얼마나 고요한 아픔들이 누워 있는가
계절이 묵시로 피고 지는 시공마다
고사해 가던 사랑들도 제 빛을 잃고
다만, 그리운 눈빛으로 돌아앉았다

아무리 노력하여도
인생은 오차 투성이 공수표로 나 뒹굴고
세월의 노정에 하루 또 하루를 위하여
생의 여정을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자꾸만 웃자라는 외로움에
왜 눈물인들 없을까마는......
사랑하여도 사랑은 자꾸만 쏜살같이
세월의 저편 말간 얼굴로 달아나고 있다

아, 우리는 바람 이는 정점에서
자나깨나 서러운 가슴들을 서로 비비다가
초라한 영혼에 소박한 희망에 등 하나 내걸고
빛살 고운 황혼에는 고요한 걸음으로
귀천의 종소리 가슴 훑고 지날 때
마지막 열차를 타고 어느 종점을 향하여
휘적휘적 걸어가야만 할 것이다

20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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