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後悔)
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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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3 09:07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7.3
출판사 :
후회(後悔)
그날 나는 본심(本心)을 잃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다.
여러 번 인내할 것을 다짐했는데
꼭지 부러진 수돗물이었다.
입에 술을 대본 적 없는 나였지만
그날은 독한 술에 취한 듯 퍼부었다.
나의 그런 모습에 더러는 실망의 눈빛으로
혹은 동정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부류의 싸늘한 눈총과 의도적인 거부가
내 마음에 낡은 서적처럼 포개졌었다.
낭떠러지로 나를 밀어낼 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날 내 얼굴에 선 핏대는
추락하지 않으려는 절규였을 것이다.
내가 정을 주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차라리 그가 내 원수(怨讐)였더라면
나는 분노를 꾹꾹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나는 깊게 후회(後悔)했다.
그것까지 참는 것이 옳았는데
젊을 때 덜 여물었던 내 모습에 흠칫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며칠간 괴롭다.
설령 내 외침이 옳았다하더라도
내 고함이 그들의 정곡을 찔렀다 해도
나의 품격은 성곽처럼 무너져 내렸고
낱알 추수한 볏단처럼 흩어졌다.
구구한 까닭을 말하며 구실을 댄다 해도
그날의 행동이 나를 괴롭힌다.
2020.7.2
그날 나는 본심(本心)을 잃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다.
여러 번 인내할 것을 다짐했는데
꼭지 부러진 수돗물이었다.
입에 술을 대본 적 없는 나였지만
그날은 독한 술에 취한 듯 퍼부었다.
나의 그런 모습에 더러는 실망의 눈빛으로
혹은 동정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부류의 싸늘한 눈총과 의도적인 거부가
내 마음에 낡은 서적처럼 포개졌었다.
낭떠러지로 나를 밀어낼 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날 내 얼굴에 선 핏대는
추락하지 않으려는 절규였을 것이다.
내가 정을 주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차라리 그가 내 원수(怨讐)였더라면
나는 분노를 꾹꾹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나는 깊게 후회(後悔)했다.
그것까지 참는 것이 옳았는데
젊을 때 덜 여물었던 내 모습에 흠칫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며칠간 괴롭다.
설령 내 외침이 옳았다하더라도
내 고함이 그들의 정곡을 찔렀다 해도
나의 품격은 성곽처럼 무너져 내렸고
낱알 추수한 볏단처럼 흩어졌다.
구구한 까닭을 말하며 구실을 댄다 해도
그날의 행동이 나를 괴롭힌다.
202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