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서 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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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서 시를 읽다

정촌 0 393
저자 : 정촌 김동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풀밭에서 시를 읽다



강촌의
시객들이
풀밭에 앉아서
나비처럼
풀꽃 같은 시를 쓰고
풀꽃 같은 시를
벌처럼 읽습니다

새에게 물어보고
꽃에게 아뢰어도
워낙 깊이 박힌 시심이
쉬이 흐르는 냇물처럼
수리수리 나올 리 없지요

편백나무 밑 둥
뚝딱 뚝딱 파내려 보지만
잔뿌리 얼기설기 마음 어지럽히고
기둥에 등을 기댄 채
하고 싶은 말 쏟아 내려다
되레 바람에 흔들리는
푸성귀 같은 낱말을
한 짐 가득
담네요

오후쯤 되어
도란도란 흐르는 강촌에
엷은 그림자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제서 강 건너
옛사랑 안부를 물으며
어떤 이는 그리움에 웃고
누구는 서럽게 웁니다

웃거나 말거나
울거나 말거나 풀꽃들은
삐딱하게 드러누워서
그럴 테면 그러라지 뭐
식이구요 시객들도
아름다운 불륜의 죄
사랑하지 않은 사랑을 모독한 죄
나루터 여울목에
자음과 모음을 섞어서
가늘고 쉰 목소리로
한 가닥씩 뽑아 씻습니다

시객들은
장원이 누군들
차상이 누가 되든
상관하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받아서 기쁘고
주어서 즐겁기만 하는
백일장원의 시객이
나뭇가지에 핀 한 송이
꽃처럼 아니 별처럼
끝말을 매답니다

좋으네
참 기쁘네
벼슬은 아니지만
벼슬 같아서 상이 나를
웃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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