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박인걸 0 371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7.4     출판사 :
나에게 쓰는 편지

오늘은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쓴다.
고향 탈출 반 백년세월에 세상이 열 번 변했다.
비포장 뽀얀 먼지 길은 고속도로가 놓이고
산을 뚫어 뻗은 도로는 하룻길을 단(短)시간으로 줄였다.
굽이굽이 넘던 고갯길은 추억에 묻히고
초라한 길옆 오막살이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금강운수 직행버스에 두 살 아들, 아내와 나는
그 해 2월 눈 쌓인 아홉사리고개를 넘었다.
미래를 향한 모험(冒險)은 몸짓을 굳게 했지만
희망을 향한 도전으로 맘을 바꿀 때
공중을 나는 한 마리 행복한 새였다.
고단한 서울 생활은 매일 지치게 했지만
가슴속에 담은 꿈이 있어 심장이 달궈져 있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고난의 길을 걸어가려
강산이 몇 번 변할 세월을 학문과 씨름하고
자주색 금색 술이 달린 박사모를 쓰면서 울먹였다.
절망의 골짜기를 통과할 때 많은 눈물을 쏟고
고독한 들판을 걸을 때 낙심했지만
아침마다 들려오던 어머니 기도소리와
희망을 풍구(風甌)질 해준 아내의 끈기가
나를 나 되게 한 견인차였다.
기어오르던 가파른 계단에서 휘청거렸고
한설(寒雪)을 맞으며 한강대교를 건너던 새벽 기억은
아직도 심장 언저리에 상처로 남아있다.
남들은 나를 입지전적이라 말하지만
아직도 나는 버리지 못한 꿈이 많다.
세 아들의 아내는 잘 익은 포도송이 같으며
궁전 식양(式樣)대로 다듬은 조각품 같은
손주들 재롱에 노년이 낙락(樂樂)하다.
어릴 적 추억을 자아올리는 분홍 접시꽃
벽돌 집 울타리 곁에서 활짝 웃고
고단할 때 위로를 주던 분홍 빛 자귀나무 꽃이
청아한 향기를 창가로 배달한다.
오늘은 삶이 보람 있다고 크게 느껴진다.
2020.7.3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