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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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추억

박인걸 0 286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7.14     출판사 :
여름밤 추억

여름 밤 하늘엔 은하수 흐르고
맑은 별빛은 호수위로 쏟아지고
하얀 달은 어둠을 퍼내느라
새벽녘이면 반쪽이 닳았다.
벼 포기 자라는 드넓은 논에서는
무당개구리 밤새도록 굿을 하고
동네 애들은 미역 감느라
어두운 냇물에 알몸을 던졌다.
보랏빛 콩 꽃은 달빛에 웃고
샛노란 참외는 별빛에 익고
풀냄새 풍겨나는 들판 위에는
반딧불이 짝을 찾아 등을 밝혔다.
여름 볕에 시달리던 미루나무는
부채질도 멈춘 채 서서 잠들고
먹이 사냥에 지친 산새 들새들
합석 집 처마 끝에서 하숙을 한다.
못 생긴 호박꽃은 밤에만 피고
애달픈 달맞이꽃 밭둑에 피던
열 살배기 소년의 혼에 새겨진
여름 밤 추억에 주름진 눈을 감는다.
20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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