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개떡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쑥개떡

이재봉 1 676
저자 : 이재봉     시집명 : 지구의 아침
출판(발표)연도 : 2023     출판사 : 부크크
쑥개떡 / 이재봉

치매 걸린 아비가 구부정히 누워있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 퇴원할 수 있다며 자식들이 계속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배가 고프다며 엉뚱한 밥 타령만 한다

아비는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처럼 맥연히 일어나
연거푸 물을 마시고는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서성거린다
배고픈가 싶어 낮에 할머니가 가져온 쑥개떡을 꺼내놓자
말라 퍼석해진 등을 일으켜 세우고 어머니를 부르며
눈물을 글썽인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쑥개떡 냄새가
흩어졌던 기억의 파편을 불러냈는지 눈시울에
파릇한 이슬이 맺혀있다
1 Comments
이재봉 2020.08.01 11:07  
오래된 기억은 무의식의 세계에 저장되어 있다가 망각하게 된다. 그런데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바로 냄새에 관한 기억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의 냄새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냄새로 인한 향수(鄕愁)는 언어나 사고에 의해 희석되지 않는다. 보고 듣는 것이 쉽게 기억의 저 편에 숨어있거나 망각의 늪에 빠져버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상일은 다 지나가도 냄새의 기억은 남는다.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