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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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시려고요?

정촌 0 342
저자 : 정촌 김동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그냥 가시려고요?
(흔적을 지우고 싶다는 그대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무 것도 납기지 아니하고
흔적 없이 가고 싶다는 그대
그래서 헌 옷가지들 죄다
여기저기 나둬 주고
잠시 되돌아보는
순간

무엇이
떠오르던가요
누가 보이던가요

삶이란
잃어가는 것
그대는 누구보다도
디뎌온 땅이 너무 넓습니다
산으로 들로
이 마을 저 마을
국경을 넘어서 떠돈
흔적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버릴 것도
잃을 것도 아직은 많은 당신
이화의 꽃댕기 꿈을 팽개치고
그냥 가시려고요?

나는 그대가 보내준
유언장을 읽고 있습니다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몸을 비틀면서
살았잖아요
근데 왜 가시려 하나요
그 또한 어둡고 험한
곳인데
무거운 것들
내려놓지 아니하고
지우지도 않고 어떻게
들고 가시려 하나요
누구나 그런 날에
죽고 싶다 말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제나저제나 기다림의 미학으로
버텨온 거 아닙니까

참 착한 그대여
나에게 소중한 당신이여
오늘 우체국에 갔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금일봉을 넣었습니다
나도 가난한 사람이라서
나중에 되돌려 받을 생각으로
보냈습니다
30년쯤 후에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그때는 100세가 넘을
나이인데
혹여 내가 죽고 없더라도
내 무덤에
마음의 꽃 한 송이
꽂아 주시면
그것으로 퉁 치겠습니다

난 지금
가진 거라고는
2천원뿐입니다
그것이 오늘을 책임져 줄
호주머니 초병입니다
그러나 두렵지 않습니다
하마터면 사랑을 잃을 뻔했으니
그대여 그대가
나를 살려 주었네요
안녕!
당신이 살아서
다시 우린 쓸쓸하지 않아
당장은 눈뜨고 죽지 않아도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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