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너에게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너에게

김종석 0 401
저자 : 김종석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사랑하는 너에게



내가 부자였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
내가 나에게 선물한 보석을, 내가 가장 아끼고 있는
눈보라에 파란 치마가 옆으로 바람에 날리고
머리엔 비단의 온갖 문양이 펄럭이는 머플러와
빛나는 여우 목도리가 두껍게 눈밭을 걸어가는
황금 모형이 푸르게 조각된 인형을 너에게 보내리

꿈결에서도 한 번도 마주친 적은 없지만, 오늘도
네가 걷고 있는 반대편에서 기다리다가
네 모습이 보이면 황홀한 석양의 햇살이
나의 발걸음을 움직이며 매일 너의 얼굴과
운명이 마주치게 하려고, 거대한 산이 얼어붙은
것처럼 추운 겨울이어도 네 얼굴의 애련한
정감과 심장이 멈출 것 같은 사랑을 위하여

몇 날밤을 지새워 써 놓은 편지를 너에게 주려고
네 앞에 섰을 땐, 어찌 된 것일까? 손에 든 편지는
사라지고 너는 낯선 석고상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슬쩍 보는 척하다가
여느 날처럼 나를 비껴가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눈가에 적셔 있는 눈물은 멍울져
움직이지 못하고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 같아서

이 애증이 가면 소망하지만 네가 강을 따라서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은, 빛을 잃은 검은 별 같구나
하얀 종이에 푸른 연필로 밤마다 써 놓은 이 편지를
때로는 불태우고 싶지만, 방구석 높이 쌓인 저 영혼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랑의 영령과 함께 썼던 것이므로
어찌 하늘을 불태울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네가 이 편지들을 모두 읽을 수 있다면 너는 내 가슴을
두 손으로 방망이 치리라, 그 기적의 날이 온다면
나는, 매일 우울한 한 송이 꽃을 꺾어서 책상에 놓으면
왜 그리도 빠르게 시들어 버렸던 것일까, 가을은 가고
지난겨울은 떠나지 않을 것 같이, 기다란 運星(운성)들처럼
차가웠지, 그러나 네 얼굴을 매일 같이 스치듯 보았기에
때로는 네 모습을 자주 그려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네 모습이 아니고 흉측한 어느 하녀 같기도 해서 찢고
찢고 했을 때 내 가슴을 찢는 것 같아서 아프기도 했다

나를 다독이는 음악 소리는 영원할 것 같구나, 사랑처럼
움직이지 않는 파란 치마의 황금 인형처럼, 오늘 오후
네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모두 사랑하면 꽃이 되는 것일까
라고, 몽상 속에 있기도 한 것은 너는 꽃보다 더 고와서
누군가 꺾어가 버리지 않을까 하지만 누가 어떻게
살아 있는 꽃을  꺾을 수 있단 말인가 희망이 파랗구나

단정하고 정숙한 그리고 하얀 장미 같은 네 얼굴은
내 가슴에 숨겨놓은 베일 같은 것인데, 멋진 사나이가
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그때를 생각하면 슬프다
그리고 그 사람과 손잡고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상상할 때, 저 많은 편지를 불에 태워 하늘로 보내면
하얀 천사가 내려와서 그 사내의 손을 내리쳐 주리라

그리고 네가 내 방에 쌓여 있는 편지를 읽지 않아도, 네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인데, 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서성이는 네 집 앞 커다란 대문을 보면 엉뚱한 생각들,
혹시 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을까 할 때는
네가 필요한 그 무엇인들 준다 했거늘, 나의 장기 모두를
줄 수가 있을 것인데 차라리 아파 다오! 네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을 테니까, 어차피 나는 흙이 되어 장미꽃을 피우리.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