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은 호프사거리
뜨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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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3 10:42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4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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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깊은 호프사거리 / 강희창
IMF 치르며 넘어온 세기말 시장 골목의 상점 몇이 엎어지고
순대 국밥집 아줌마의 거친 엄살이 패잔의 빛을 더 낸다
가로등이 반항하다 마는 곳에 어둠은 자물쇠를 잠그고 잠그고
하나씩 그림자를 삼키다 허물을 삼키다 자리하는 낮은 속신음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은 바람뿐 그래서 불온한 것도 바람뿐
신용이 거덜난 비래동 호프사거리 겉은 번지르르했지만
아직 싸늘한 대치국면 속에 삶의 뚝방이 허술한 젊은이들은
방향을 몰라 허방다릴 짚다가 간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괴성이나 구두 끄는 소리에 쭈뼛 털을 세우는 들괭이처럼
주린 욕망을 십(ㅆ)으며 사람들은 은밀히 발톱을 갈아대고있다
어둠은 어둠끼리 담합하여 쇠락의 틈으로 바짝 좁혀오는 망
애초 응전의지도 없는데다 점점 막판으로 밀릴 때면
나름으로 키운 생각들은 꺾거나 아예 뽑아버려야 한다
다른 지역의 신흥이야 숙명이려니 탓할 것도 없고
희망의 그림자가 멈칫멈칫 갈피 못 잡는 호프사거리,
밤이 취해 깊어간다.
( 2004 )
밤 깊은 호프사거리 / 강희창
IMF 치르며 넘어온 세기말 시장 골목의 상점 몇이 엎어지고
순대 국밥집 아줌마의 거친 엄살이 패잔의 빛을 더 낸다
가로등이 반항하다 마는 곳에 어둠은 자물쇠를 잠그고 잠그고
하나씩 그림자를 삼키다 허물을 삼키다 자리하는 낮은 속신음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은 바람뿐 그래서 불온한 것도 바람뿐
신용이 거덜난 비래동 호프사거리 겉은 번지르르했지만
아직 싸늘한 대치국면 속에 삶의 뚝방이 허술한 젊은이들은
방향을 몰라 허방다릴 짚다가 간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괴성이나 구두 끄는 소리에 쭈뼛 털을 세우는 들괭이처럼
주린 욕망을 십(ㅆ)으며 사람들은 은밀히 발톱을 갈아대고있다
어둠은 어둠끼리 담합하여 쇠락의 틈으로 바짝 좁혀오는 망
애초 응전의지도 없는데다 점점 막판으로 밀릴 때면
나름으로 키운 생각들은 꺾거나 아예 뽑아버려야 한다
다른 지역의 신흥이야 숙명이려니 탓할 것도 없고
희망의 그림자가 멈칫멈칫 갈피 못 잡는 호프사거리,
밤이 취해 깊어간다.
(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