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앞에서 작아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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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앞에서 작아지는, 나

김귀녀 0 347
저자 : 김귀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안개 앞에서 작아지는, 나

김귀녀


경북 영주 선산에 계시는
시부모님 벌초 가는 날
강이 흐르는 곳마다
안개가 끼었다

속도를 늦추고 가야한다고
지론을 펴고 있는 안전주의자 남편
나는 블레이크를 계속 밟는다

잔소리 같아도 참 고맙다
앞을 가까이 볼 수 없는
차량들이 슬그머니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안개 앞에서 작아지는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세차게 달리기만 했던 젊은 시절은
이제는 내게 없다

그 시절이 이제는 옛날이 되었다
안개 앞에서 내 청춘도
사라져간다
빛이 나오면 힘을 잃고
스러져가는 안개를
나는, 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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