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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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7 16:36
저자 : 이문재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길
이문재
물은 그릇을 느끼지 않는다
봄길이던가
그리움도 외로운 것도 덧없이 노곤하기만 해
길에 나를 띄우고 갈 때에
남녁이었는가 꽃을 피워내는 뿌리들이 한껏 고단할 때
쉬엄 저녁이 오고 이슥하게 달빛도 뿌려졌었다
물에서 배워 물이 되려고 무진무진
길을 걸었던 모양이었다
포구에서 끊어진 길을 싣고 푸른 다도해던가
어느 섬으로 들었었다
바다라고 해도 물을 느끼는 것은 손톱만도 못한
파도 같은 물결들일 뿐
해진 옷에선 사람의 소금이 엉기고
나는 어느덧 스물이었다
훔쳐낸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찍듯이
떨면서 어른이 되어버렸음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날 이후론 눈앞이 아른거리는 어른이었다
이문재
물은 그릇을 느끼지 않는다
봄길이던가
그리움도 외로운 것도 덧없이 노곤하기만 해
길에 나를 띄우고 갈 때에
남녁이었는가 꽃을 피워내는 뿌리들이 한껏 고단할 때
쉬엄 저녁이 오고 이슥하게 달빛도 뿌려졌었다
물에서 배워 물이 되려고 무진무진
길을 걸었던 모양이었다
포구에서 끊어진 길을 싣고 푸른 다도해던가
어느 섬으로 들었었다
바다라고 해도 물을 느끼는 것은 손톱만도 못한
파도 같은 물결들일 뿐
해진 옷에선 사람의 소금이 엉기고
나는 어느덧 스물이었다
훔쳐낸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찍듯이
떨면서 어른이 되어버렸음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날 이후론 눈앞이 아른거리는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