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이성복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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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7 16:46
저자 : 이성복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1
눈이 온다 더욱 뚜렷해지는 마음의 수레 바퀴 자국
아이들은 찍힌 무우처럼 버려져 있고
전봇대는 크리스마스 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눈이 온다 산등성이 허름한 집들은 백기를 날리고
한 떼의 검은 새들, 집을 찾지 못한다
마음의 수레 바퀴 자국에서 들리는 수레 바퀴 소리
이제 길은 하늘 바깥을 떠돌고
망자들은 무덤 위로 얼굴을 든다
----- 치욕이여, 치욕이여 언제 너도 백기를 날리려나
2
그 겨울 눈은 허벅지까지 쌓였다
창을 열면 아, 하고 복면한 산들이 솟아 올랐다
잊혀진 조상들이 일렬로 걸어왔다.
끊임없이 그들은 흰 피를 흘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온 몸에서 전깃줄이 울고, 얼음짱에
아가미를 부딪는 작은 물고기들이 보였다
3
희생자들은 곳곳에 쌓였다
나무 십자가가 너무 부족했다
잘못, 시체를 밟을 때마다 나는
가슴 속에 물고기를 그렸다
희생자들은 곳곳에 녹아 흘렀다
물고기 뼈가 공중에 떠올랐다
아 ---- 하고 누가 소리 질렀다
또 한 떼의 희생자들이 희생자들 위에 쓰러졌다
사슴 뿔을 단 치욕이 썰매를 끌고 달려갔다
아 ---- 하고 뒷산이 대답했다
눈이 온다 더욱 뚜렷해지는 마음의 수레 바퀴 자국
아이들은 찍힌 무우처럼 버려져 있고
전봇대는 크리스마스 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눈이 온다 산등성이 허름한 집들은 백기를 날리고
한 떼의 검은 새들, 집을 찾지 못한다
마음의 수레 바퀴 자국에서 들리는 수레 바퀴 소리
이제 길은 하늘 바깥을 떠돌고
망자들은 무덤 위로 얼굴을 든다
----- 치욕이여, 치욕이여 언제 너도 백기를 날리려나
2
그 겨울 눈은 허벅지까지 쌓였다
창을 열면 아, 하고 복면한 산들이 솟아 올랐다
잊혀진 조상들이 일렬로 걸어왔다.
끊임없이 그들은 흰 피를 흘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온 몸에서 전깃줄이 울고, 얼음짱에
아가미를 부딪는 작은 물고기들이 보였다
3
희생자들은 곳곳에 쌓였다
나무 십자가가 너무 부족했다
잘못, 시체를 밟을 때마다 나는
가슴 속에 물고기를 그렸다
희생자들은 곳곳에 녹아 흘렀다
물고기 뼈가 공중에 떠올랐다
아 ---- 하고 누가 소리 질렀다
또 한 떼의 희생자들이 희생자들 위에 쓰러졌다
사슴 뿔을 단 치욕이 썰매를 끌고 달려갔다
아 ---- 하고 뒷산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