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3 -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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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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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3 - 이성부

관리자 0 4329
저자 : 이성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왜 나는 거역을 받기 시작했던가
헤어짐과, 그 차디찬 입맞춤으로부터
보드랍지 않은 정신으로부터
때로부터 저 거리로부터
왜 나는 조금씩 거역을 받기 시작했던가

내 눈에 뛰어드는 바다에도 바람에도
밥을 채운 위장에도
내 살을 뚫고 가는 빛과 어두움, 그 同志의
저 많은 손발에도 심장에도
왜 나를 거역을 받기 시작했던가

노오란 얼굴이여
내 귀를 잡아 흔들던, 지난 밤 꿈이
참말로 이제
나에게는 반성의 손길임을 알겠다.
죽어가는 슬픔이 아니라,
탄생이다 아아 눈물뿐인

비가 오고 내 고향의 물이 고인다.
맨발로 밤을 딛어 자빠지는 곳
내가 밟은 것은 뱀이었다 피였다
꿈틀거리고 놀라고
재빠르게 튕기는,
싸늘한 혼란이 나를 껴안았다.

기다리는 아내마저 거역을 일삼는다.
새벽에 걷어찬 이불과 뜨신 방바닥과
기적소리와, 파묻히는 성욕과
저 모든 근심마저
왜 나를 거역하기 시작했던가
왜 나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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