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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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0 10:24
저자 : 김동주
시집명 : 숨꼬
출판(발표)연도 : 2021
출판사 : 좋은땅
어떤 날
바싹 마른 봄에 물을 줍니다
갈라진 입술 사이로 빗물이 쏟아져
오므라든 귀 둥글게 펴지면
쑥쑥 안개의 노랫가락 커져 옵니다
어느 날 떠난 가지 끝 나뭇잎의 경련 같이
베란다 밖 하늘을 빠는 새순 같이
내 안에 갇힌 봄은
아파트 풍경으로 흔들리다가
동백나무 나뭇잎에 고인 울음을 삼킵니다
아득한 수액의 발자국 따라
화분 속 우주의 뿌리로 숨었다가
염주알 같은
눈 슬그머니 뜹니다
화분의 빈틈으로 흘러들어 고이는
지난날들은 기지개를 폅니다
집으로 돌아올 봄길 따라 가로등을 켜고
유리창 밖 흩어지는
기억을 불러들입니다
삶의 틈새는 좁아서
누군가의 눈물이 지나간 자리는
몸살보다 서럽고 아픕니다
밤사이 빗줄기 그치면
동백나무 줄기마다 울음이 차올라
붉은 꽃을 피울 것입니다
바싹 마른 봄에 물을 줍니다
갈라진 입술 사이로 빗물이 쏟아져
오므라든 귀 둥글게 펴지면
쑥쑥 안개의 노랫가락 커져 옵니다
어느 날 떠난 가지 끝 나뭇잎의 경련 같이
베란다 밖 하늘을 빠는 새순 같이
내 안에 갇힌 봄은
아파트 풍경으로 흔들리다가
동백나무 나뭇잎에 고인 울음을 삼킵니다
아득한 수액의 발자국 따라
화분 속 우주의 뿌리로 숨었다가
염주알 같은
눈 슬그머니 뜹니다
화분의 빈틈으로 흘러들어 고이는
지난날들은 기지개를 폅니다
집으로 돌아올 봄길 따라 가로등을 켜고
유리창 밖 흩어지는
기억을 불러들입니다
삶의 틈새는 좁아서
누군가의 눈물이 지나간 자리는
몸살보다 서럽고 아픕니다
밤사이 빗줄기 그치면
동백나무 줄기마다 울음이 차올라
붉은 꽃을 피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