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야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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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이야기 15

저자 : 윤봉택     시집명 : 끝나지 않은 이야기
출판(발표)연도 : 2021     출판사 : 다층
끝나지 않은 이야기·15
― 다시 중덕*에서

                                윤봉택


바다가 있어도 배 한 척 맬 수 없고,
바람이 불어와도 돛을 올릴 수 없는
일강정 중덕 물터진개*
멀리서 바라보면
내 어머님 주름결 닮은
머흐러진 삶의 편린
빗나간 운명선이 보이지 않아도
구럼비* 언덕에
삶의 자락을 내려놓으신
내 칭원한 사람들,
이젠,
해풍조차 머물 수 없는
큰구럼비 도꼬마리는*
물알들의 바람이었을까.
이승에 남겨진 게
마지막 혼돌랭이 물매기라* 하여도
우리 잡은 손 놓아 돌아눕지는 말자.

범섬을 바라보면
물마루마다 다가서는 아픈 기억들,
겹겹이 나려
돌담 닿듯 쌓여 온
이 시대의 서러운 이웃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바당이* 될 수 없는, 거친 물살
할망물을* 떠 올리며 지전 날리던
그날,
바다로 먼저 간
그 사람들은 고자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돌렝이처럼*
지샌 달이 되어 버린
우리 삶에도
한 줌 바람인 것을
열일곱이었을까
내 고운 낭군 따라 걸어온 생명선…….
무사 무럼수과.*
내 나이, 갑자생인* 것을
오늘,
다시 돌아와
개구럼비* 굽이마다 이어 놓은
천상의 계단,
거친 숨결 가르며 달려온
그대는
예서 무엇을 놓으셨는가…….

* 중덕: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변(2015년 현재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의 지명
* 일강정: 강정마을이 쌀농사가 잘되어 제주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의미로 ‘일강정’이라고 부른다.
* 물터진개: 중덕 해안에 용천수가 솟아나며, 테우를 정박시킬 수 있는 작은 ‘개’로서 강정동 2763번지 남쪽 해안가.
* 구럼비: 중덕 해안 가를 중심으로 논농사가 이뤄지던 비옥한 지역을 말하며, 구럼비 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불린 지명으로, 큰구럼비·조근구럼비·개구럼비가 있다.
* 큰구럼비: 중덕 해안가 북동쪽 지역을 말하는 ‘구럼비’의 한 지명으로 강정동 2769번지 주변 일대를 말함.
* 도꼬마리: 강정천에서 끌어온 농업용수를 개구럼비, 조근구럼비, 큰구럼비로 물을 고르게 나누기 위하여 돌로 조각하여 수로에 세워 놓은 작은 석보石堡를 말하는 제주어. 제주도 내에서는 강정동 2742번지에서 ‘큰구럼비’와 ‘개 구럼비’ 그리고 가운데 지역 등 3개소로 물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돌을 보처럼 깎아서 세 개의 작은 보를 만들어 물을 보내는 기구를 말하며, 제주도에서는 여기에만 설치되어 있었음. 해군에서 공사하며 없애버렸다.
* 물매기: 논농사를 위해 답주들이 모두 모여 수로 청소하는 것을 말하는 제주어.
* 돌랭이: 초승달처럼 아주 작은, 논·밭을 말하는 제주어.
* 바당: 바다의 제주어
* 할망물: 중덕 해안에 솟아나는 용천수로서 해안가에서 치성드리거나 마시는 물로 사용되었으며, 강정동 2733번지 해안에 있다.
* 고자도록: 지금까지를 나타내는 제주어.
* 돌렝이: 아주 작은 면적의 논이나 밭 등을 말하는 제주어.
* 무사 무럼수과: 무사(무엇 때문에), 무럼수과(물어보시는지요?)
* 갑자생: 1924년생(2015년 기준 92세).
* 개구럼비: 강정마을 중덕 해안 동쪽 바닷가 가까운 곳에 있는 지명으로 강정동 2702번지 주변 일대를 말함.

― ????월간문예사조???? 9월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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