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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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면

정건우 0 298
저자 : 정건우     시집명 : 생각하며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현대기획출판사
그를 만나면 / 정건우

만나고 싶었던 그와
반나절만 같이 있으면 좋으리
아무 때고 좋으니 어디서
단둘이 밥을 한번 먹으면 더 좋으리

그를 만나면
비둘기가 많이 사는 어느 변두리
귤껍질 널어놓은 찻집에 와 있는 기분일 테고
생강차나 반 잔 남기면서
새소리와 함께 듣는 그의 목소린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시골 비 같으리

두 시간이면 하고 싶던 말 다 할 것이고
의자 앞쪽으로 다가앉아
그의 눈빛에 마냥 숨을 섞고
섞인 숨을 똑같이 나눠 마시며
그의 생각으로 나머지를 다시 내가 간직하리

아무 때고 좋으니 또 어디서
새로운 소식을 들으러 가는 것처럼
문을 같이 밀고 나가며 빨리 걸으면 설레리
올 때처럼 가는 곳을 내가 알기에
그가 가버린 터미널에서
오롯이 서 있으면 그리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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