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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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 정호승

poemlove 1 7090
저자 : 정호승     시집명 :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수녀들이 날마다 강간을 당한다
술 취한 아버지를 아들이 칼로 찌르고 방에 불을 지르고
어머니가 발가벗고 아들에게 체위를 가르친다
아침마다 지하철은 개미들을 가득 싣고 한강으로 빠지고
개들이 고무신을 신고 낙엽을 밟으며 청와대 앞길을 걷는다
아버지도 딸의 옷을 벗기고 달 밝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머리에 물을 들인 소녀가 화장실 변기에 앉아
아이를 낳고 바람이 되어 사라진다
어디에도 인수봉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타고 갈 영구차 하나 백목련 아래로 느리게 지나간다
산등성이마다 포크레인들이 무덤을 파느라 분주하다
1 Comments
극기 2008.07.05 12:03  
시 속의 현실, 현실 속의 시 같습니다.
제 홈페이지로 감사히 가져갈게요.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