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원수가 없어서 슬프다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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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원수가 없어서 슬프다 - 정호승

poemlove 0 7263
저자 : 정호승     시집명 :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어느 가을날
시신 없는 영결미사에 참석하고 돌아와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살고 싶은 삶 사이에다 침을 뱉았다
내가 고통받을 때마다
하느님도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내가 거역했던 운명과
내가 받아들였던 숙명 사이에다 오줌을 갈겼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낙엽 따라 길을 걸었다
개미 한 마리
내 뒤를 따르다가 별을 쳐다본다
나는 오늘도
사랑할 원수가 없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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