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린 사랑노래 6 - 황동규
poe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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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8 20:27
저자 : 황동규
시집명 : 미시령 큰 바람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비실비실 봄이 왔습니다.
거실의 화초들이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옆집 화초들도 서둘러 나왔더군요
때 이른 꿀벌 하나가
하늘도 땅도 아닌 팔층으로 찾아왔다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되날아갔습니다.
화초들은 차가운 분 속에 발목들을 묻고
계속 떨더군요.
그들도 씨 시절을 그리워할까요,
껍질 속에서 마음 따로 없던 때를?
내 머리와 가슴을 흔들어보니
무언가 말라붙어 있었습니다.
거실의 화초들이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옆집 화초들도 서둘러 나왔더군요
때 이른 꿀벌 하나가
하늘도 땅도 아닌 팔층으로 찾아왔다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되날아갔습니다.
화초들은 차가운 분 속에 발목들을 묻고
계속 떨더군요.
그들도 씨 시절을 그리워할까요,
껍질 속에서 마음 따로 없던 때를?
내 머리와 가슴을 흔들어보니
무언가 말라붙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