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둔덕골 - 유치환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거제도 둔덕골 - 유치환

poemlove 0 9762
저자 : 유치환     시집명 : 울릉도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巨濟島 屯德골

 유 치 환


 거제도 둔덕골은
 8대로 내려 나의 부조(父祖)의 살으신 곳
 적은 골안 다가 솟은 산방(山芳)산 비탈 알로
 몇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마을은 언제나 생겨난 그 외로운 앉음새로
 할아버지 살던 집에 손주가 살고
 아버지 갈던 밭을 아들네 갈고
 베 짜서 옷 입고
 조약 써서 병 고치고
 그리하여 세상은
 허구한 세월과 세대가 바뀌고 흘러 갔건만
 사시장천 벗고 섰는 뒷산 산비탈 모양
 두고 두고 행복된 바람이 한번이나 불어 왔던가
 시방도 신농(神農)적 베틀에 질쌈하고
 바가지에 밥 먹고
 갖난것 데불고 톡톡 털며 사는 7촌 조카 젊은 과수 며느리며
 비록 갓망건은 벗었을망정
 호연(浩然)한 기풍 속에 새끼 꼬며
 시서(詩書)와 천하를 논하는 왕고못댁 왕고모부며
 가난뱅이 살림살이 견디다간 뿌리치고
 만주로 일본으로 뛰었던 큰집 젊은 종손이며
 그러나 끝내 이들은 손발이 장기처럼 닳도록 여기 살아
 마지막 누에가 고치 되듯 애석도 모르고
 살아 생전 날세고 다니던 밭머리
 부조(父祖)의 묏가에 부조처럼 한결같이 묻히리니

 아아 나도 나이 불혹(不惑)에 가까왔거늘
 슬플 줄도 모르는 이 골짜기 부조의 하늘로 돌아와
 일출이경(日出而耕)하고 어질게 살다 죽으리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