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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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 황동규

poemlove 0 9659
저자 : 황동규     시집명 : 三南에 내리는 눈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기도 1


내 잠시 생각하는 동안에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생각이
끝났을 땐 눈보라 무겁게 치는 밤이었다, 인적이 드문, 모
든 것이 서로 소리치는 거리를 지나며 나는 단념한 여인
처럼 눈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내 당신은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 부는
강변을 보여주며는 나는 거기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
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기도 2


내 꿈결처럼 사랑하는 꽃나무들이 얼어 쓰러졌을 때
나에게 왔던
그 막막함 그 해방감을 나의 것으로 받으소서.
나에게는 지금 엎어진 컵
빈 물주전자
이런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닫혀진 창
며칠내 끊임없이 흐린 날씨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곤 세 명의 친구가 있어
하나는 엎어진 컵을 들고
하나는 빈 주전자를 들고
또 하나는 흐린 창 밖에 서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소서
이들에게서 잠깐잠깐의 내 이야기를 들이소서.
이들에게서 막막함이 무엇인가는 묻지 마소서.
그것은 언제나 나에게 맡기소서.




기도 3

한 기억 안의 방황
그 사방이 막힌 죽음
눈에 남은 소금기
어젯밤에는 꿈 많은 잠이 왔었다.
내 결코 숨기지 않으리라
좀더 울울히 못 산 죄 있음을.


깃대에 달린 깃발의 소멸을
그 우울한 바라봄, 한 짧고 어두운 청춘을
언제나 거두소서
당신의 울울한 적막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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