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밤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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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 - 김용택

관리자 0 5452
저자 : 김용택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생각이 많은 밤이면 뒤척이고 뒤척이다
그만 깜빡 속은 것 같은 잠이 들었다가도
된서리가 치는지 감 잎이 뚝 떨어지는 소리에 그만
들었던 잠이 번쩍 깨지는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생각에 매달리어
또 그 생각에 매달리기 싫어서
일어나 앉아 머리맡에 새어 든 달빛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는
더듬더듬 불을 켜보지만
그 생각들이 달아나기는커녕
새로운 생각들이 더 보태지는 것이다
그런 밤이 가고
풀벌레 우는 새하얀 아침이 오면
마당 한구석 하얀 서리 속에 산국이 노랗게 피어
향기가 더 짙고
집 앞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떨어진 잎들은
천근이나 만근이나 된 듯 흰 서리에 속이 젖어
땅에 착 달라 붙어 있는 것이다
마루에 나와 우두커니 서서 이상없이 어제와 똑같이 흐르는
강물이며 그냥 그대로 다 있는 텃밭에 김장배추라든가
알몸이 파랗게 거의 다 솟은무라든가
배추밭 구석진 곳에 심어져 쪽 고르게 자란 쪽파에 내린 흰 서리라든가
하얀 서리밭을 걸어오시는 나이가 드실대로 다 드신
이웃집 큰아버님의 허리 굽은 걸음걸이라든가
앞산 산 속 참나무 밑이 헤성헤성 보이는 것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개운해지고
텅빈 마음 안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또렷이 보이는 것이다
그랬었구나, 그랬었구나 까닭도 없이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런 것들이,
그러한 것들이
투명한 유리알 저쪽처럼 손에 잡힐 듯 환하게 보이고
마음에 와 그림같이 잠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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