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기억 - 김인경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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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9 11:44
저자 : 김인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당신과 나는 태어난 때를 기억할 수 없듯이
당신과 내가 죽을 때도 기억할 수 없을 겁니다
당신과 내겐
기억의 의무도 권리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머리에 꽂힌 작은 바람에
기나긴 날을 굶어가며 웃어대던
내 마음 속 더러운 바람이
이 밤도
나를 부축이면
밤의 힘으로 날개를 갖는 박쥐처럼
땅에 머리를 박고
빈 손짓으로 날아갑니다
혀가 잘린 비명이 다시 퍼져가고
그들의 비웃음은 귓가에 들려와
나의 비웃음에 나는 행복합니다
잃어버린 반을 찾아
나머지 반으로 찾아오는 달은
잃어버린 반만을 내밀고 있고
보이지 않는 모습을 잡으려는 어리석음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내밀고 살아갑니다
이제는
기억할 수 없을 때를 위하여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
태어나기 전 그랬듯이
죽은 다음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것을
당신과 내가 죽을 때도 기억할 수 없을 겁니다
당신과 내겐
기억의 의무도 권리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머리에 꽂힌 작은 바람에
기나긴 날을 굶어가며 웃어대던
내 마음 속 더러운 바람이
이 밤도
나를 부축이면
밤의 힘으로 날개를 갖는 박쥐처럼
땅에 머리를 박고
빈 손짓으로 날아갑니다
혀가 잘린 비명이 다시 퍼져가고
그들의 비웃음은 귓가에 들려와
나의 비웃음에 나는 행복합니다
잃어버린 반을 찾아
나머지 반으로 찾아오는 달은
잃어버린 반만을 내밀고 있고
보이지 않는 모습을 잡으려는 어리석음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내밀고 살아갑니다
이제는
기억할 수 없을 때를 위하여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
태어나기 전 그랬듯이
죽은 다음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