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 조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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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3 14:33
저자 : 조상현
시집명 : 시현실 2000년 3-4월호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상념
조 상 현
돌아와 술 한잔을 비운다. 무심한 상념들. 머리가 나빠졌음을 느낀다. 지나간 일들보다는 남아 있는 커다란 사랑을 주체할 수 없음이.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싶다. 거기서 또 한 번 취하고 이제는 가질 수 없는 희망을 묻고 싶다. 고추 먹고 맴 맴 잠자리도, 어지럽게 날리던 눈발도, 허허허 웃어 버리자. 하루 하루 속 깊이 다가설 이별을 느끼며 살자. 가진 것 없음은 자유로워 좋아라. 욕심도 의욕도 저리 비켜 해 놓고 꼭두각시 춤이라도 질펀하게 출지어다. 속 좁음을 한탄하라. 어리석은 꿈을 저주하라. 말주변 없음을 원망하라. 못난 얼굴에 분개하라. 가진 것 없음을 서러워하며 오늘은 눈이 올 수 없다. 뽀송뽀송 형광등의 잡음만이 찡하니 울리는 밤. 섣다를 하고 싶다. 밤이라서 그렇다. 다시 찾아오지 않아도 좋은 이 밤.
조 상 현
돌아와 술 한잔을 비운다. 무심한 상념들. 머리가 나빠졌음을 느낀다. 지나간 일들보다는 남아 있는 커다란 사랑을 주체할 수 없음이.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싶다. 거기서 또 한 번 취하고 이제는 가질 수 없는 희망을 묻고 싶다. 고추 먹고 맴 맴 잠자리도, 어지럽게 날리던 눈발도, 허허허 웃어 버리자. 하루 하루 속 깊이 다가설 이별을 느끼며 살자. 가진 것 없음은 자유로워 좋아라. 욕심도 의욕도 저리 비켜 해 놓고 꼭두각시 춤이라도 질펀하게 출지어다. 속 좁음을 한탄하라. 어리석은 꿈을 저주하라. 말주변 없음을 원망하라. 못난 얼굴에 분개하라. 가진 것 없음을 서러워하며 오늘은 눈이 올 수 없다. 뽀송뽀송 형광등의 잡음만이 찡하니 울리는 밤. 섣다를 하고 싶다. 밤이라서 그렇다. 다시 찾아오지 않아도 좋은 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