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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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 - 나희덕

poemlove 0 5819
저자 : 나희덕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웅덩이

나희덕


웅덩이를 지나다
그만 바지를 적시고 말았다
발을 헛딛는 순간
갇힌 물에서 날개소리 들려 왔다

내리는 비에
웅덩이는 깊어져 가고
푸석거리는 몸이 견디기 어려웠던 나는
눅눅함도 축복인 양 걸어다녔다

해가 나자
비를 머금은 잎들 반짝거렸다
그 속으로 바지의 얼룩을 끌고 가면서
마를수록 선명해지는 상처 하나 끌고 가면서
다시 푸석거리는 소리

구석에 앉아 마른 얼굴을 부비면
흙먼지였던 당신
그제야 내게서 날아올랐다
기억은 웅덩이처럼 작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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