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모두 함께 나눈다면 - 박노해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꿈을 모두 함께 나눈다면 - 박노해

poemlove 0 8638
저자 : 박노해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꿈을 모두 함께 나눈다면

박노해


70년대에 갓 물오른 청년 노동자이던 나는
근로기준법 좀 지키는 공장에 다녀보는 것과
박정희 유신독재의 장발단속 없는 세상에서
맘놓고 머리 기르며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때 친구들은 제발 꿈꾸는 소리 좀 그만 하라고 했다


80년대에는 내놓고 노조 결성도 하고 민주노총도 만들어서
공단 거리를 노동자의 환한 물결로 가득 메워보는 것과
군사독재 몰아내고 선거로 우리 대통령 뽑아 정권교체 해보는 것
독점재벌 해체와 안기부 해체 진보정당 창당이 소원이었다
그때도 사람들은 꿈꾸는 소리 좀 그만 하라고 했지만
이제 그 꿈들은 하나 둘 이루어져 현실이 되고 있다


난 요즘 잠자리에 누워 한참씩 이런 꿈을 꾸곤 한다
우리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평양까지 마음껏 달리고
만주벌판으로 눈 덮인 시베리아로 유라시아 초원을 거쳐 빠리까지 가 닿아
거기서 다시 횡단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리는 꿈을 꾸곤 한다


그리고 고르게 부자인 삶의 꿈을 넘어서서
덜 벌어서 덜 쓰고 나눠 쓰는 삶을 기쁘게 받아들여
더 푸르고 건강한 몸생활과 더 많은 사랑과 친절과
더 아름답고 기품있는 문화생활과
소박하지만 더 알찬 행복감으로
노동의 보람을 누리며 살아갈 때가 되었다고
우리 노동자와 서민들이 손에 손에 꽃송이를 들고
온 지구형제들 보는 앞에서 총파업 시위에 나서는 꿈을 꾸는 것이다


친구들은 또 다시 제발 꿈꾸는 소리 좀 그만 하라고
이젠 나이도 생각하고 반 발짝만 앞서가며 고생 좀 그만 하라지만
지난 25년 동안 자나깨나 사랑 하나 운동 하나에만 눈 맞추고 살아온 내가
딱 하나 온몸으로 깨쳐온 진리가 있다면


꿈을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꿈을 모두 함께 나누어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꿈을 머리나 입으로만 꾼다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몸으로 자기 몫의 고통을 받아나가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꿈을 젊어서 한때 반짝 꾸고 말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생을 두고 끝까지 꾸어나간다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