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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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 최영미

poemlove 0 7383
저자 : 최영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사랑의 힘

 최영미

커피를 끓어 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밤도 밤이 아니다
술잔은 향기를 모으지 못하고
종소리는 퍼지지 않는다

그림자는 언제나 그림자
나무는 나무
바람은 영원한 바람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면
겨울은 뿌리째 겨울
꽃은 시들 새도 없이 말라 죽고
아이들은 옷을 벗지 못한다

머리칼이 자라나고
초생달을 부풀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처녀는 창가에 앉지 않고
태양은 솜이불을 말리지 못한다

석양이 문턱에 서성이고
베갯머리 노래를 못 잊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미인은 늙지 않으리
여름은 감탄도 없이 시들고
아카시아는 독을 뿜는다

한반중에 기대 앉아
바보도 시를 쓰고
멀쩡한 사람도 미치게 하는
정녕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도 기꺼이 속아 주지 않으리

책장의 먼지를 털어 내고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시랑이 아니면 계단은 닳지 않고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커피를 끊어 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며...

&lt;서른, 잔치는 끝났다&g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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