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아직도 - 최영미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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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0 02:13
저자 : 최영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아스팔트 사이 사이
겨울나무 헐벗은 가지 위에
휘영청 쏟아질 듯 집을 짓는구나
된바람 매연도 아랑곳 않고
포크레인 드르륵 놀이터 왕왕시끌도
끄떡없을 너희만의 왕국을 가꾸는구나
부우연 서울 하늘 무색타
까맣게 집을 박는구나
봄이면 알 낳고 새끼 치려고
북한산 죽은 가지 베물고
햇새벽 어둠 굼뜨다 훠이훠이
부지런히 푸들거리는구나
무어 더 볼 게 있다고
무어 더 바랄 게 있다고
사람 사는 이 세상 떠나지 않고
아직도
정말 아직도 집을 짓는구나
게으른 이불 속 코나 후빌 때
소련 붕괴 뉴스에 아침식탁 웅성거릴 때
소리없이 소문없이
집 하나 짓고 있었구나
자꾸만 커지는구나
갈수록 둥그래지는구나
봄바람 싸한 냄새만 맡아도
우르르 알을 까겠지
모스크바에서도 소리없이
둥그렇게 새가 집을 지을까?
내 가슴에 부끄러움 박으며
새들은 오늘도 집을 짓는구나
겨울나무 헐벗은 가지 위에
휘영청 쏟아질 듯 집을 짓는구나
된바람 매연도 아랑곳 않고
포크레인 드르륵 놀이터 왕왕시끌도
끄떡없을 너희만의 왕국을 가꾸는구나
부우연 서울 하늘 무색타
까맣게 집을 박는구나
봄이면 알 낳고 새끼 치려고
북한산 죽은 가지 베물고
햇새벽 어둠 굼뜨다 훠이훠이
부지런히 푸들거리는구나
무어 더 볼 게 있다고
무어 더 바랄 게 있다고
사람 사는 이 세상 떠나지 않고
아직도
정말 아직도 집을 짓는구나
게으른 이불 속 코나 후빌 때
소련 붕괴 뉴스에 아침식탁 웅성거릴 때
소리없이 소문없이
집 하나 짓고 있었구나
자꾸만 커지는구나
갈수록 둥그래지는구나
봄바람 싸한 냄새만 맡아도
우르르 알을 까겠지
모스크바에서도 소리없이
둥그렇게 새가 집을 지을까?
내 가슴에 부끄러움 박으며
새들은 오늘도 집을 짓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