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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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0 02:14
저자 : 최영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이제 어쩌면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떠난 뒤에 더 무성해진 초원에 대해
아니면, 끝날 줄 모르는 계단에 대해
우리 시야를 간단히 유린하던 새떼들에 대해
청유형 어미로 끝나는 동사들, 머뭇거리며 섞이던 목소리에 대해
여름이 끝날 때마다 짧아지는 머리칼, 예정된 사라 짐에 대해
혼자만이 아는 배신, 한밤중 스탠드 주위에 엉기던 피냄새에 대해
그대, 내가 사랑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나란히 접은 책상다리들에 대해
벽 없이 기대앉은 등, 세상을 혼자 떠받친 듯 무거 운 어깨 위에 내리던 어둠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립항들, 시력을 해치던 최초의 이편 과 저편에 대해
그대, 내가 배반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첫번째 긴 고백에 대해 너무 쉽게 무거웠다 가벼워지던 저마다 키워온 비밀에 대해
눈 오는 날 뜨거운 커피에 적신 크래커처럼 쉽게 부 서지던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느날 오후에 대해
아, 그러나, 끝끝내, 누구의 무엇도 아니었던 스무 살에 대해
그대, 내가 잊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그렁그렁, 십년 만에 울리던 전화벨에 대해
그 아침, 새싹들의 눈부신 초연함에 대해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요
행여 내 노래에 맞춰 춤을 춰줄, 아직 한 사람쯤 있 는지요
우리 떠난 뒤에 더 무성해진 초원에 대해
아니면, 끝날 줄 모르는 계단에 대해
우리 시야를 간단히 유린하던 새떼들에 대해
청유형 어미로 끝나는 동사들, 머뭇거리며 섞이던 목소리에 대해
여름이 끝날 때마다 짧아지는 머리칼, 예정된 사라 짐에 대해
혼자만이 아는 배신, 한밤중 스탠드 주위에 엉기던 피냄새에 대해
그대, 내가 사랑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나란히 접은 책상다리들에 대해
벽 없이 기대앉은 등, 세상을 혼자 떠받친 듯 무거 운 어깨 위에 내리던 어둠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립항들, 시력을 해치던 최초의 이편 과 저편에 대해
그대, 내가 배반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첫번째 긴 고백에 대해 너무 쉽게 무거웠다 가벼워지던 저마다 키워온 비밀에 대해
눈 오는 날 뜨거운 커피에 적신 크래커처럼 쉽게 부 서지던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느날 오후에 대해
아, 그러나, 끝끝내, 누구의 무엇도 아니었던 스무 살에 대해
그대, 내가 잊었을지도 모를 이름이여
그렁그렁, 십년 만에 울리던 전화벨에 대해
그 아침, 새싹들의 눈부신 초연함에 대해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요
행여 내 노래에 맞춰 춤을 춰줄, 아직 한 사람쯤 있 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