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 전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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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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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 전남진

관리자 0 5402
저자 : 전남진     시집명 : 나는 궁금하다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절벽 아래 절이 걸려 있다.
뛰어내리다 걸린 꽃
고란사는 법당 하나와 작은 종각이 절의 전부다
수면 위로 미끄러지듯 퍼져갔을 종소리가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을까
종을 움켜쥔 나무가 여위었다
법당과 종각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주례처럼 서 있는 절
술냄새를 풍기는 사내들은 절 그림이 그려진
수건 한 장의 기억을 가방에 구겨 넣는다
배를 타고 떠나는 사내들
고란사가 물밑에 있는 것은 모른 채
확성기로 백마강 노래를 부른다
깃발이 날리는 배를 타고 그렇게 떠난다
물밑을 기억하기 위해
물위에 점 하나 찍어 놓은 고란사로
물밑 종소리가 올라온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절은 다시 물밑으로 가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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