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소리 없이 달을 끌어내리고 - 원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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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은 소리 없이 달을 끌어내리고 - 원성스님

관리자 0 4048
저자 : 원성스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경학원을 밤마다 찾아오는 도반이 있다. 갓 출가하여
방부를 들인 지 얼마 안 된 초년생 사미다. 처음 방부를
들이면 행동거지에 늘 조심해야 하기에 첫철은 묵언이다.
그 때문인지 그는 언제나 혼자였고 묵묵했다. 그는
책꽂이 뒷전 아늑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여러 종의 책을
읽는다. 신문, 월간지, 불교 만화부터 시, 소설, 만다라
미술 전문 서적이나 역대 고승 전서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들여다본다. 모두가 떠나간 도서관 한쪽 구석엔
언제나 그 도반이 있었다. 왠지 나의 소임처도 찾아 주는
도반이기에 더 관심이 주어졌다. 이따금 마지막
청소도 함께 뒷정리를 해 주는 상냥함도 있었다. 아직은
절친한 도반이 없어서인지 늘 혼자인 그에게 먼저
말을 건넨 것은 나였다. 물론 아무도 없는 도서관 안에서만
가능하다. 첫철 묵언이 오히려 그를 외롭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와 대화를 나누면 참 즐겁다.
수많은 독서는 명쾌한 논리를 만들었고, 달변과 지혜가
있었다. 유머와 재치는 두말할 것도 없고, 샘솟듯 솟아나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알알이 삶의 진실이 박혀 있다.
그를 알게 되면 될수록 너무도 솔직하고 진실한
그에게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난날 나의 무지와 편견, 닫힌 마음들을 일깨우는
부처님의 법문과 같았다. 우리의 대화 가운데
나의 고정관념의 벽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있었다.
청소를 마치고 어김없이 그 자리에 스님은 책을 읽다 잠이
들어 있었다. 상반 스님이 내린 3천 배 참회가 그에게
있어서 너무도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육체적
고통스러움보다 스스로 자내증해야만 하는 괴로움을 나는
알고 있다. 책을 감싸안고 쓰러진 도반의 손에서 책을
빼내자 덜컥 품안으로 쓰러지는 힘없는 그 어깨가
부담스럽다. 한없는 연민이 가슴 저리게 밀려온다.
그대로 주저앉아 가만히 안아 주었다. 그렇게 조용히 숨도
쉬지 않고 새벽을 맞이하였다. 별들은 소리 없이
달을 끌어내리고....
 
자목련 꽃잎이 몽우리를 틔울 무렵 향그러운
우리의 도반애는 마음 속에서 먼저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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