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의 장 - 이상-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회한의 장 - 이상-

hanwori 0 9808
저자 : 이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가장 무력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
세상에 한 여성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는 안심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 버렸다.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 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