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상수리나무가 마른 잎을 남기는 일
poe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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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1 09:59
저자 : 박남준
시집명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문학동네
아직 건너야 할 겨울이 멀다고 바람 부는 언덕 위 늙은 상수리나무가 말했다
다 버리고 나서야 봄이 오는 것이야 그랬었던가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졌던 귀에 익은 발자국소리 절절해졌던가 저 마른 잎들이 눈물겹다고 젖은 눈길을 쓸어내렸을 때였나 부르르 잎새 하나 떨궈내렸지 이 겨울 지친 굴뚝새가 외톨박이 곤줄박이가 내 노을의 가지에 기대어 작은 울음 울 때 나 이토록 말라버린 오랜 기다림의 말들 한 잎 한 잎 저 먼산 너머 이름 부르며 키발을 세워왔으므로 그리하여 나의 가지는 언덕을 넘어 산 쪽으로 더욱 굽어 흔들리고 뿌리깊은 슬픔을 지상의 아래쪽으로만 키워왔으므로
다 버리고 나서야 봄이 오는 것이야 그랬었던가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졌던 귀에 익은 발자국소리 절절해졌던가 저 마른 잎들이 눈물겹다고 젖은 눈길을 쓸어내렸을 때였나 부르르 잎새 하나 떨궈내렸지 이 겨울 지친 굴뚝새가 외톨박이 곤줄박이가 내 노을의 가지에 기대어 작은 울음 울 때 나 이토록 말라버린 오랜 기다림의 말들 한 잎 한 잎 저 먼산 너머 이름 부르며 키발을 세워왔으므로 그리하여 나의 가지는 언덕을 넘어 산 쪽으로 더욱 굽어 흔들리고 뿌리깊은 슬픔을 지상의 아래쪽으로만 키워왔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