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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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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love 0 5802
저자 : 장석남     시집명 :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공터

                              장석남

비가 오고
공터가 한아름 안고 있는 이복(異腹) 하늘은
비로 붐비고
공터는 조그만 길들을 불러다 비를 맞히고
붉은 우산을 지나가게 하고
우산끼리 입도 맞추게 하고
공터에 안겼던 하늘은
싫증난 여자처럼 공터를 버리고
자기를 지워 달아난다
여전히 비는 쑤시듯 남아
할 수 없이 공터는
비의 공염불만 밤새 듣다가

비가 가고
공터를 머금는 햇빛 몇 평
또록또록한 머위눈과
가슴을 뜯어내리는
자목련의 긴 그림자와
그래도 멀리 달아나지 않는
조그만 길들과
머위눈 하나로도 꽉차 그렁대며
조용히 살을 말리는
공터의 空한 내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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