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꽃 필 때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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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1 20:07
저자 : 최금녀
시집명 : 들꽃은 홀로 피어라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벼꽃 필 때
최금녀
한여름
논둑 길
더운밥 양푼에 고봉으로 담아
무장아찌 열무김치 한 광주리
보자기 씌워 이고
나는 듯 앞서 가던
풍속화 한 폭
몸에 와 감긴다
가난 같은 찰거머리
뚝뚝 떼어 패댕이 치며
모여 앉던
구리빛 얼굴들 그리워라
밀짚모자 그늘 아래
소망처럼 부푼 밥숟가락
한 볼때기 터지도록 눈물겹던 새참
흰 치마폭 기세좋게 휘날리던
시어머니의 영토
벼꽃 피어도 볼 수 없는
얼굴들.
최금녀
한여름
논둑 길
더운밥 양푼에 고봉으로 담아
무장아찌 열무김치 한 광주리
보자기 씌워 이고
나는 듯 앞서 가던
풍속화 한 폭
몸에 와 감긴다
가난 같은 찰거머리
뚝뚝 떼어 패댕이 치며
모여 앉던
구리빛 얼굴들 그리워라
밀짚모자 그늘 아래
소망처럼 부푼 밥숟가락
한 볼때기 터지도록 눈물겹던 새참
흰 치마폭 기세좋게 휘날리던
시어머니의 영토
벼꽃 피어도 볼 수 없는
얼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