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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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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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방

poemlove 0 5782
저자 : 장석남     시집명 :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밝은 방

                      장석남


추녀 끝에는 늘 하늘이
해변가라도 되는 듯 싱싱했다
별이 근처에 있을 때는
저녁이 아직은 젊어 푸르른 때
별은 그 속에서 소외된 눈처럼 껌벅였다
아무리 오래 보아도
무엇이 그렇다는 것인지 몰랐다

추녀는 내 방안에 있었던 일들을
고스란히 엿보아 알고 있어서
들큼한 숨결을 허공에 부비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낯이 뜨거웠다

가끔 빈혈과도 같은 비가 날리면 나는
무수한 물방울들로 추녀 끝에 매달려
수없이 영롱한 망설임들로 떨고 있었다

그때마다 방은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 기억의 두 손을
추녀 끝에까지 늘려 내밀고 있었다

그리하여 내 망설임은 안심을 되찾고는 하였다
추녀 끝에서 방까지, 삶까지
하얀 명주실 같은 빛이 이어지고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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