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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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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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love 0 5771
저자 : 장석남     시집명 :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해변
- 서른 살의 불편함

                            장 석 남


물이 아주 잔잔한 해변을 걸어가며는
실오라기 같은 파도와
야쿠르트 삼립빵 껍질도 구르지만 간혹
바다의 귀엣발이 가득한 조개 껍데기도
뒹굴어서
이제 서른 살이 되니
그런 것들을 내 살에도 지녀서 오래
사귀던 여자의 귀엣발도 지어 듣고
교보문고 앞에서 넋놓고 바라보던 미모
여자의 그것도 지어 들으며
내 침침한 心境을 넓힐 수 있다면
맑은 물이 잔잔한 내
살의 해변의 걸어가면서
물로리도 후두둑 날릴 수 있다면
내 뒤에 남는 발자국은 아예 자취도 없이 사라져도 좋을 건데
능청스럽게도 나는 지금 마음속으로
맑은 물과 해변의 고운 모래들을
비단처럼 풀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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