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poemlove 0 4285
저자 : 정재윤     시집명 : 호박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행림출판사


                          정재윤


난 우리 집에
도둑이 든 줄로만 알았소.
옷장 서랍은 다 열려있었고
방바닥에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소.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당신이
옷 정리를 하려고 펼쳐놓았다가
신경질이 치밀어
뜨거운 콧바람만 풍기며
씩씩대고 앉아 있었던 것이었소.

이유인즉슨
옷장 정리를 하며
몇 개 옷을 입어 봤는데
옷이 다 작아졌다는 것이었소.

얼마나 후진 옷감으로
옷을 만들었으면
옷이 다 줄어드느냐며
그런 것들은 다 망해야 한다고
울화를 참지 못해했소.

여보,
옷이 줄어들 리가 있소?
옷이 줄어도 어떻게
다른 부분은 그대로 있고,
허리만 줄겠소?
당신 몸이 불은 거겠지?
여자 옷 중에서도
가장 큰 옷들만을 샀건만…… .

난 널려져있는 옷가지들을
차곡차곡 개며 말했소.
"여보,
그러니까 싼 옷은
이제 그만 삽시다.
이번 주말에 빚을 내서라도
백화점에서 좋은 옷
몇 벌 사줄께."
당신은 금세 어린아이처럼
옷들을 부지런히 챙기며
줄지 않는 고급 옷을 살 기대로
참을 청했소.
그런 당신의 모습이
밉지 않은 것…… .
그것이
내가 당신과 함께 사는
이유일 것이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