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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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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love 0 4054
저자 : 정재윤     시집명 : 호박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행림출판사
영화

                      정재윤


당신과 모처럼
극장엘 갔소.
프랑스 파리에서 상륙한
아름다운 멜러물이었는데
스크린 속을 파도치는
그림같은 배경과
주인공들이 나누는
사랑의 대화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난 영화에 빠져들고 있었소.

외화는 자막 읽는 게 귀찮아
방화 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당신이
웬 일로 이렇게
수준 높은 예술을 선택했는지가
불가사의한 일이었지만
내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고
영화에 빠져있는 당신이
그저 예쁠 뿐이오.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대포소리가 났소.
영화의 장면은 분명
푸른 초원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안겨
키스를 하려고 하는 찰라인데……
전쟁씬은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영환데
웬 대포소리???

영화에 빠져 있는 줄로만
알았던 당신이
잠에 빠져
코를 고는 소리였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소.
그러나 난 당신을 깨우지 않았소.
지루해도
참고 앉아 있어주는 당신이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었소.

당신의 침이
내 어깨를 적시고
영화가 채 끝나기 전에
당신은 긴 하품과
큰 기지개를 하고
잠에서 깨어나 말했소.
"아직도 멀었어요?"
난 말했소.
"몰라, 나도 잤나봐."
우린 어둠을 헤치고
밖으로 나왔고
난 궁금한 '끝장면'보다
당신과 함께 먹는
'짜장면'에
만족해야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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