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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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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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텐

poemlove 0 5039
저자 : 정재윤     시집명 : 호박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행림출판사
썬텐

                    정재윤


요즘엔 하얀 여자보다
까무잡잡한 여자가
더 인기라지.
섹시해 보인다는 게
그 이유라 하오.

오늘 당신이
새로 산 수영복을 입고
자꾸 거울에 비춰보는 건
아마도 바닷가에 가기 위한
준비작업이 아닌가 싶소.

노출이 많아야
썬텐이 더 잘 될테지만
당신 같은 체구는
수영복이 최대한 많은 부분을
가려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법인데
어쩌자구 비키니를 사 가지고 왔소.

그 주말, 우리 식구들은
바닷가가 아닌
수영장으로 향했소.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당신은 하루 온종일
썬텐용 의자에
바로 누웠다 뒤로 엎었다
마치 생선 굽듯
곤욕을 치루었소.

난 당신 옆에 꼬박 붙어
새로 산 썬텐 크림을
당신으 온 몸에 발라주었지.
남들은 작은 병 하나로
온 식구들 모두가
몇 개월은 더 쓴다던데
당신은 혼자서
딱 두 번 바르니까
병에서 뿌직뿌직 소리가 나지 뭐요.
면적이 넓긴 넓은가보오.

그날 밤.
당신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밤새 잠 못 자고 뒤척였고,
난 당신이 온몸에
오이와 감자를 붙여주느라
밤을 꼴딱 샛소.

하지만 여보.
내가 볼 땐……
당신 꽤 섹시해졌소.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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