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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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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love 0 4352
저자 : 정재윤     시집명 : 호박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행림출판사
밤참

                            정재윤


왜 오늘따라 잠이 오질 않는지?
그런데도 당신 깰까 두려워
제대로 뒤척이지도 못해
숨이 다 막일 것 같고,
팔다리가 다 저려오는데......
머리맡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훨씬 넘어있었소.

그때 내 배에서
당신의 코고는소리와
이빨 가는 소리 사이사이에
몹시 가엽게 들려오는
꼬로록 꼬로록 밥 달라는 신호.

잠자리에 음식을 먹으면
위에도 좋지 않다는데 그냥 잘까?
아니면, 어차피 내일 아침
굶고 나갈게 뻔할 '뻔'자인데
뭐라도 먹고 잘까?

결국 난,
당신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일어나
살금살금 방안을 빠져나왔소.
그리고는 부엌에 들어가
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였소.
보글보글 끓는 라면에 계란을 풀며
난 무한한 행복감에 젖었소.

내 주위엔
저녁 잘 먹고
금새 배고프다는이유 하나로
구박받는 친구들이 있소.

또, 조용히 잘 시간에
후루룩거리며
시끄럽게 라면 먹는다고
내쫓긴 친구들도 있소.

내가 부엌에 들어간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골아 떨어진 당신이
난 오히려 고맙소.
내일 아침 당신이 일어나
빈말이라도......
'배고프면 날 깨우지'하고,
미안해 할까봐
설거지도 깨끗이 해 놓을 것이오.

여보.
꺼억-!
나 혼자 먹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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