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일

poemlove 0 5047
저자 : 정재윤     시집명 : 호박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행림출판사
생일

                        정재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 냄새를 맡았소.
미역국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더니
결국엔 내 눈물샘까지도 자극시켰소.
고맙소, 여보.
역시 당신은 참 예쁜 여자요.
어제 밤까지만 해도
오늘이 내 생일인 것을
정말로 모르는 듯
날 감쪽같이 속이더니
일찍부터 일어나 날 위해 부엌일을 하다니......

작년엔 바쁜 세상에
얼어죽을 생일을 다 챙겨먹으려 하냐고
어른이 창피하지도 않느냐며
내게 핀잔을 주었잖소.
그래서 나도 당신 생일 안 챙겨주었다가
명치를 정통으로 맞아서
일주일을 숨도 못 쉬었잖소.
그런데 그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무척 미안했나보구려.
그럼 그냥 미안하다고 하거나
생일 축하한다고 하면 되지
뭘 아침 일찍부터 미역국씩이나......

난 미역 맛을 확실히 음미하기 위해
양치질하면서 혓바닥까지 긁었소.
그런나 욕실을 나와보니
미역국은 간데 없고
트림을 하며 소파에 길게 뻗어있는
당신의 모습

아, 어찌된 일인가?
조심스레 당신에게 다가가 물었더니
산후 조리를 못한 영향이
이제야 나타나는 것 같다며
간단히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고......

그래, 여보.
당신이 건강해야 내년에라도
내 생일에 미역국 끓여주지 않겠소.
오늘이 아니면 어떻소.
내 생일은 1년이나 남았는데......
미역국 냄새라도 맡아본 오늘 아침
럭키 버스데이 투 미!!!!!!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