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oe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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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1 12:11
저자 : 정재윤
시집명 : 호박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행림출판사
사진
정재윤
당신이 내 지갑에 넣어준
당신의 사진.
결혼 후 찍은 사진도 많은데
꼭 실물과 전혀 다르게 나온
그것도, 처녀 적 사진을 넣어주지.
지갑을 펼치면
내 운전면허증보다
먼저 보이는 당신의 모습.
꼬깃꼬깃
낡은 당신의 사진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오.
처녀 적 당신은 너무 정열적이었소.
하지만 지금은
나로 인해 여기저기 새겨진
고생 자국들.
젖은 손이 애처로와 살며시
잡아보려 해도
왜 안 하던 짓 하느냐고
핀잔을 주며 날 살짝 밀지.
그러나 살짝 밀어낸 당신의 손길에
난 큰 충격으로
냉장고에 머리를 심하게 부대곤 하지.
하긴 연애할 때도
당신이 내 손을 먼저 잡았고,
내 입술도 먼저 훔쳤지.
거세게 반항하는 내 목을 조르며
전봇대에 밀어 붙여 놓고는
당신은 식욕 좋은 식인종처럼 입맛을 다셨지.
난 그날 전봇대와 당신 사이에 끼어
그대로 죽는 줄로만 알았소.
그리고 당신은 그 여세를 몰라
그날 밤......
새삼스레 당신 사진을 꺼내
당신의 씩씩하던 옛 모습 떠올리며
난 흐뭇해 한다오.
당신 앞에만 서면
왜 나는 그렇게 작아지는지.
난 영원한
당신의 남자인가보오.
정재윤
당신이 내 지갑에 넣어준
당신의 사진.
결혼 후 찍은 사진도 많은데
꼭 실물과 전혀 다르게 나온
그것도, 처녀 적 사진을 넣어주지.
지갑을 펼치면
내 운전면허증보다
먼저 보이는 당신의 모습.
꼬깃꼬깃
낡은 당신의 사진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오.
처녀 적 당신은 너무 정열적이었소.
하지만 지금은
나로 인해 여기저기 새겨진
고생 자국들.
젖은 손이 애처로와 살며시
잡아보려 해도
왜 안 하던 짓 하느냐고
핀잔을 주며 날 살짝 밀지.
그러나 살짝 밀어낸 당신의 손길에
난 큰 충격으로
냉장고에 머리를 심하게 부대곤 하지.
하긴 연애할 때도
당신이 내 손을 먼저 잡았고,
내 입술도 먼저 훔쳤지.
거세게 반항하는 내 목을 조르며
전봇대에 밀어 붙여 놓고는
당신은 식욕 좋은 식인종처럼 입맛을 다셨지.
난 그날 전봇대와 당신 사이에 끼어
그대로 죽는 줄로만 알았소.
그리고 당신은 그 여세를 몰라
그날 밤......
새삼스레 당신 사진을 꺼내
당신의 씩씩하던 옛 모습 떠올리며
난 흐뭇해 한다오.
당신 앞에만 서면
왜 나는 그렇게 작아지는지.
난 영원한
당신의 남자인가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