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poemlove
0
6108
2002.08.21 12:16
저자 : 정재윤
시집명 : 호박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행림출판사
배려
정재윤
난 당신과 결혼한 걸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소.
당신이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아
고픈 배를 움켜쥐고 버스를 타던
숱한 날들, 아니 매일 매일......
현기증에 멀미까지 하고
사지에 남은 힘이 하나 없어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할머니께
도저히 자리를 비켜 주지도 못했지만
난 당신과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았소.
그건, 배가 고파야
점심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신의 배려라는 것을
억지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오.
우리 집엔 바퀴벌레가 없잖소.
당신의 음식 솜씨는 벌레마저 싫어하오.
그런 맛대가리 없는 아침 요리를
나에게 결코 먹일 수 없다는
당신의 또 다른 배려에
난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오.
오늘밤 별로 늦게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먼저 잠든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소.
그래, 여보.
난 알아.
하는 일 없이 피곤한 게 진짜 피곤이라는 걸.
소파에서 잠자는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소.
당신의 몸무게에 짓눌려 버린 헝겊 소파,
당신의 양다리 사이에 끼워져 있는
불쌍한 쿠숀,
빨래 방망이 5개는 들락날락할 만큼 벌어진
당신의 입,
소파에서 떨어진 당신의 굵은 팔뚝......
여보......
난 그런 당신의 모습에서
세상 아주머니들의 삶의 애환과
처절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오.
당신을 들어 침대에 눕히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허기가 져서 자신이 없소.
나,
우유나 한잔 마시고 잘테니
신경 쓰지 말고
당신도 거기서 잘 자.
정재윤
난 당신과 결혼한 걸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소.
당신이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아
고픈 배를 움켜쥐고 버스를 타던
숱한 날들, 아니 매일 매일......
현기증에 멀미까지 하고
사지에 남은 힘이 하나 없어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할머니께
도저히 자리를 비켜 주지도 못했지만
난 당신과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았소.
그건, 배가 고파야
점심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신의 배려라는 것을
억지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오.
우리 집엔 바퀴벌레가 없잖소.
당신의 음식 솜씨는 벌레마저 싫어하오.
그런 맛대가리 없는 아침 요리를
나에게 결코 먹일 수 없다는
당신의 또 다른 배려에
난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오.
오늘밤 별로 늦게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먼저 잠든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소.
그래, 여보.
난 알아.
하는 일 없이 피곤한 게 진짜 피곤이라는 걸.
소파에서 잠자는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소.
당신의 몸무게에 짓눌려 버린 헝겊 소파,
당신의 양다리 사이에 끼워져 있는
불쌍한 쿠숀,
빨래 방망이 5개는 들락날락할 만큼 벌어진
당신의 입,
소파에서 떨어진 당신의 굵은 팔뚝......
여보......
난 그런 당신의 모습에서
세상 아주머니들의 삶의 애환과
처절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오.
당신을 들어 침대에 눕히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허기가 져서 자신이 없소.
나,
우유나 한잔 마시고 잘테니
신경 쓰지 말고
당신도 거기서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