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는 동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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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하는 동생에게

관리자 0 10513
저자 : 나해철     시집명 : 무등에 올라
출판(발표)연도 : 1984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사랑을 시작하는 동생에게

나해철


사랑이 깊으면
결코 보이지 않던 풀잎 끝의 이슬이 보이고
이슬 속으로 너는 걸어들어갈 수 있다.
여린 어깨로 돌짐을 지고 돌십자가를 지고 십리 외길을 갈 수 있다.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너는 이 세상이 네 사랑만을 위하여 있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네가 태어난 땅 위의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강물같은 역사마저
이제 네 사랑만을 위하여 흘러왔음을 한순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송두리째 몸과 마음은 이름모를 전류 가득한 물결에 젖는다.
사랑은 크고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그 가슴은 작고 여리다.
가장 작은 것이 가장 아름답고 여린 것이 굳세다.
추한 것이 눈물겹게 아름답고
멀고 먼 타인들과 추상적인 역사와
꽃밭의 몇송이 꽃같은 우리들의 자유 평화 평등, 통일
모국어들이 네 곁에 살같이 있게 된다.
그것으로 숨쉬게 된다.
첫사랑이 깊고 아플수록
오래 기다리고 쓰러지고 일어설수록
세상의 모든 것 중 하나라도 저버리면 사랑은 모조리
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두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으면
작고 여린 네 첫사랑을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땅과 역사, 하늘과 구름
풀과 건너편 이름모를 행인이 네 첫사랑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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