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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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poemlove 1 8351
저자 : 김소월     시집명 : 진달래꽃
출판(발표)연도 : 1924     출판사 : 매문사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1 Comments
가을 2006.04.05 11:47  
여러 가지 헤어짐 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은 뜻밖의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일 것이다. 어떤 다른 사정에 따른 이별은 언젠가 만날 때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죽음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절대적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노래한다.
앞의 두 연에는 무려 여섯 차례의 영탄이 나타나면서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이 처절하게 부르짖어진다. 더구나, 그 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나'의 마음 속에 있는 말 한마디(그것은 아마도 사랑의 고백일 것이다)를 전하지 못한 터이기에 슬픔은 더 크다. 이제 죽어서 없는 님을 향해 비로소 부르는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는 그러므로 더욱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제3, 4연은 이러한 부르짖음을 잠시 거두고 주위의 모습을 통해 슬픔을 객관화된 풍경으로 노래한다.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고, 사슴의 무리는 슬피 운다. 님을 부르는 소리는 허공에 빗겨 가는데, 하늘과 땅의 사이가 너무 넓다고 느껴진다. 이 풍경은 작중 인물의 감정이 투영된 모습이다. 서산 마루에 걸린 해는 머지않아 찾아올 밤을 연상케 하면서 이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의 허탈한 모습을 암시하고, 하늘과 땅 사이의 너무나도 넓은 공간은 허전하게 텅 빈 그의 마음에 대응한다. 이 속에서 설움에 겨워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다만 헛되이 허공을 울릴 뿐이다.
이처럼 슬픔의 극한에 달한 심정이 마지막 연의 `돌'에 담기어 있다. 여기서 `돌'은 우리의 옛 전설에 흔히 보이는 망부석을 연상케 하면서, 한편으로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그 무엇으로도 풀리게 할 수 없는 슬픔의 덩어리를 말해 준다. 즉, 그것은 슬픔의 돌이며 그리움의 돌이다. 이처럼 격한 어조와 호흡은 시를 지나치게 강렬한 감정의 물결에 휩쓸리게 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이 작품에는 그런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강렬하게 표현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괴로운 경험의 절실함은 또 많은 독자들에게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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