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우체국 우체부 -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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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2 14:26
저자 : 조병화
시집명 : 낙타의 울음소리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혜화동 어귀 일대를, 무거운 행낭을 메고
이 집, 저 집, 도는 우편 배달부는
호리호리한 분이 약하게 보이나 강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찬바람이 치나
어김없이 제 시간에 우편물이 온다
어쩌다가 길에서 만나, 꾸벅하며
"선생님네 우편물이 제일로 무겁습니다" 하면
나는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모른다
하기야, 혜화동 40년, 줄곧 한곳에서 세월했으니
혜화동 귀신 다 되었지, 생각하면서
인사받을 땐 세상 사는 것 같아서 반갑다
이렇게 나는 매일 혜화동 어귀에서
늙은 벌레처럼 돌며
때론 멀리, 때론 가까이
편지를 받으며, 편지를 띄우곤 한다
편지는 아직, 이 지구 어디엔가에
서로 살아 있다는 증거,
보고싶다 한들 어디 그리 그게 쉬운 일인가.
이 집, 저 집, 도는 우편 배달부는
호리호리한 분이 약하게 보이나 강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찬바람이 치나
어김없이 제 시간에 우편물이 온다
어쩌다가 길에서 만나, 꾸벅하며
"선생님네 우편물이 제일로 무겁습니다" 하면
나는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모른다
하기야, 혜화동 40년, 줄곧 한곳에서 세월했으니
혜화동 귀신 다 되었지, 생각하면서
인사받을 땐 세상 사는 것 같아서 반갑다
이렇게 나는 매일 혜화동 어귀에서
늙은 벌레처럼 돌며
때론 멀리, 때론 가까이
편지를 받으며, 편지를 띄우곤 한다
편지는 아직, 이 지구 어디엔가에
서로 살아 있다는 증거,
보고싶다 한들 어디 그리 그게 쉬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