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 용혜원
poe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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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2 16:01
저자 : 용혜원
시집명 :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누구든지 내가 쳐 놓은
그물 안
잘 보이지 않는 손짓 속으로
들어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가장 허름한 곳에 쳐 놓았지만
얕보거나 우습게 보는 자들은
쓰디쓴 맛을 볼 것이다
나는 깊은 밤에도
한 귀퉁이에서
깊은 밤에도 보이지 않게
숨죽이고 눈빛을 발하고 있다
걸려들기만 하면
처음에는 슬그머니 당겨보다가
한순간에 먹이가 될 것은 너다
목청이 파래지도록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다
몸부림치며 온몸이
빛바래져도 어쩔 수 없다
한동안 제멋대로 살고
한동안 낄낄대고
웃어젖히며 살았어도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피와 살을 내 먹이로 삼겠다
너는 빈껍질로 남지만
나는 뜨거운 피가 돈다
그물 안
잘 보이지 않는 손짓 속으로
들어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가장 허름한 곳에 쳐 놓았지만
얕보거나 우습게 보는 자들은
쓰디쓴 맛을 볼 것이다
나는 깊은 밤에도
한 귀퉁이에서
깊은 밤에도 보이지 않게
숨죽이고 눈빛을 발하고 있다
걸려들기만 하면
처음에는 슬그머니 당겨보다가
한순간에 먹이가 될 것은 너다
목청이 파래지도록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다
몸부림치며 온몸이
빛바래져도 어쩔 수 없다
한동안 제멋대로 살고
한동안 낄낄대고
웃어젖히며 살았어도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피와 살을 내 먹이로 삼겠다
너는 빈껍질로 남지만
나는 뜨거운 피가 돈다